
Imaginal Disk의 커버를 처음 본 건 신보 소식을 접했을 때였다. 듣기 전이었는데, 이미지를 보자마자 이 앨범이 어떤 소리일지 떠올랐다. 광활한 신스 라인, 신비로운 멜로디, 층층이 쌓인 사운드스케이프. 커버 한 장이 53분짜리 앨범의 질감을 예고하고 있었고, 나중에 들어보니 그 직감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한참이 지났는데, 이 이미지가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다. 왜 좋은지를 말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시선이 가장 먼저 간 건 손이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악마의 손. 손톱이 길고, 피부가 알루미늄 빛이고, CD의 반사면과 함께 금속적 광택이 이미지 전체를 지배한다. 이 손이 평범한 사람 손이었으면 이 커버는 성립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인간적 질감이 올라간 순간 이미지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 소라야마 하지메가 크롬 표면 위에 에로티시즘을 입혔을 때와 같은 원리다. 살갗 위에 금속이 놓이면,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이 한 화면에 공존하면서 묘한 긴장이 생긴다. 뇌가 두 가지 상반된 촉각 인상을 동시에 처리하는 데서 오는 긴장. 그 긴장이 불편이 아니라 매혹으로 느껴지는 건, 이 커버의 색감이 충분히 부드럽고 몽환적이어서 "여기는 안전한 곳"이라는 신호를 함께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괴한 이미지에서 쾌감을 느끼느냐 공포를 느끼느냐는 맥락의 문제이고, 이 커버는 그 맥락을 정확히 설계해놓았다.
그리고 이마가 갈라져 있다. 열린 이마 사이로 CD가 삽입되는 중이다. 이게 무섭지 않다. 부서지는 게 아니라 뭔가 되어가는 중처럼 보여서. 실제로 앨범 제목인 'imaginal disc'는 곤충 유충이 번데기 안에서 완전히 액화된 후 성체의 몸을 재구성할 때 작동하는 생물학적 구조의 이름이다. 해체가 파괴가 아니라 이행인 상태. 이 커버의 갈라진 이마는 상처가 아니라 탈피의 기호로 읽힌다. 미학자 Carolyn Korsmeyer가 "미학적 혐오(aesthetic disgust)"라고 부른 것이 여기서 작동한다 — 신체의 무결성이 깨지는 이미지인데, 구도의 우아함과 색감의 아름다움이 그것을 파괴가 아닌 초월로 프레이밍하고, 뇌는 공포 대신 매혹을 선택한다.
위에서 내려오는 손의 구도는 성화(聖畫)의 그것이다. 축복하는 신의 손,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인간. Mica Tenenbaum도 Clash Magazine 인터뷰에서 이 커버를 "spiritual iconography — 일종의 종교적 도상학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직관이 아티스트의 의도와 정확히 겹치는 지점이다. 다만, 나는 이 이미지를 신성함보다 유혹 쪽에서 읽었다 — 예쁜 얼굴, 드러난 어깨, 악마의 손이 만드는 조합은 축복보다는 섹슈얼한 마녀의 의식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Mica가 말한 "spiritual iconography"가 신비와 경건 쪽의 뉘앙스였다면, 내가 느낀 건 그것의 관능적 변주다. 이건 의도된 독해가 아니라 감상자 고유의 연상이고, Mica 본인도 "누구든 이 앨범을 자기 방식대로 해석해도 괜찮다"고 말한 바 있다.
소라야마 하지메를 떠올린 것도 순전히 나의 연상이다. Magdalena Bay의 시각적 레퍼런스는 SF 영화, 초기 인터넷, Jacques Demy의 테크니컬러 판타지 영화 쪽에 가깝다. 하지만 금속과 살갗의 접점에서 관능미를 읽는 감각은 소라야마 없이 설명하기 어렵고, 이런 식으로 아티스트의 의도와 감상자의 직관이 핵심에서는 만나면서 세부에서는 갈라지는 게 좋은 시각 이미지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정답을 코딩해놓은 이미지가 아니라, 보는 사람마다 다른 층위에서 끌리게 만드는 열린 이미지.
CD라는 매체의 선택도 좋다. CD는 이미 퇴장한 기술이다. 그런데 이 커버에서는 그것이 머리에 삽입되는 초월의 도구로 등장한다. 과거의 기술로 미래를 상상하는 이미지 — 레트로퓨처리즘의 핵심적인 정서가 여기 있다. Bruce McCall은 이것을 "faux nostalgia", 실현된 적 없는 미래에 대한 향수라고 불렀다. 이 향수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지금의 기술은 불안과 결합되어 있다 — AI, 감시, 알고리즘. 하지만 CD라는 물건이 환기하는 시대의 기술은 아직 약속이었고 마법이었다. 해를 끼치기 전의 기술. 그 시대착오가 이 커버에 특유의 온기를 부여한다. Magdalena Bay도 90년대 말~2000년대 초 인터넷, Neopets, CD-ROM 게임을 핵심 시각 영감으로 언급한다. "포인트 앤 클릭, CD-ROM 게임, 더 인터랙티브했던 웹사이트 — 마법 같은 탐험의 공간"이었다고 Lewin은 회고한다. CD를 머리에 꽂는 이미지는, 그 낙관의 시대에서 가져온 오브젝트로 지금의 몸을 변형시키겠다는 선언이다.
Mica는 DIY Magazine 인터뷰에서 앨범의 비주얼을 만들 때 "모든 것이 음악에 기반했고, 음악을 들으며 무엇이 떠오르는지가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커버가 음악 이후에, 음악에 대한 반응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그래서 이 커버를 보면 소리가 들리는 거다 — 착각이 아니라, 이 이미지가 음악에서 역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좋은 앨범 커버는 앨범의 소리를 예감하게 만든다. 이 커버는 그 일을 한다.
